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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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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4,786회 작성일 2018-12-13 11: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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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버지가 친구 보증 섰다가 망해서 집 팔고 남의 집 반지하에서 네 식구가 셋방살이를 한 적이 있어. 집주인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세 준 반지하방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인 아들과 둘이 살았어.

우리 집이 좁아서 물건을 두지 못하니 반지하방 밖에 창고 비스무리한 공간이 있어서 거길 쓰라고 주셨거든. 그래서 거기다가 냄비 같은 것도 두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살림살이는 이것저것 다 보관했더랬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창고에 두는 물건이 엄청 없어지는 거야. 산 위인데다 물리적으로 드나들기 어려운 높은 돌담이 있던 집이라 도둑이 들었을 거 같지는 않고, 아무리 봐도 집주인 할아버지가 가져가신 거 같단 말이지. 엄마가 수차례 집기가 없어진다고 호소를 해도 아빠는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신세지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엄마 얘기를 무시했어.

겨울에 이사를 갔는데 날이 더워지는 여름이 되니까 화장실에 습기가 심하게 차더라고. 거긴 화장실 창문이 작기도 작았지만 구조가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조금만 따뜻한 물로 씻으면 금세 습기가 차서 여기저기 곰팡이가 생기고 난리가 났어. 그래서 환기도 꼬박꼬박 하고 곰팡이 청소도 꼬박꼬박 하고 세수만 하는 거면 그냥 창문 열어두고 했음. 외출할 땐 창문 열고 나갔고... 물론 볼일보거나 샤워하는 거면 문 꼭꼭 닫았지.

어느 여름날, 나는 아침에 샤워했는데 점심쯤 되니까 너무 더워서 머리가 찝찝한 거야. 샤워를 할까 말까 했는데 그냥 머리만 감고 정 더우면 다시 샤워하자, 싶어서 창문을 열어 둔 상태에서 머리를 감았어. 옷은 위에는 티셔츠가 물에 젖을까봐 속옷만 입고 있었고 아래는 바지를 입은 상태였어. 그리고 머리를 털면서 쪼그렸던 자세에서 일어나는데 창밖에서 우리집을 들여다보던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어. 집주인 할아버지의 아들이었어. 히죽히죽 웃으면서 날 보더니 내가 비명 지르니까 도망가더라.

이 일을 아빠에게 말씀드리니까 아빠는 내가 속옷만 입고 씻은게 잘못이다, 창문을 당연히 닫았어야 하는 거다, 하면서 내 불만을 일축했어. 그래, 창문을 당연히 닫았어야 하는 건 맞지... 그런데 우리 집 화장실 창문은 그 집 뒷뜰 쪽으로 나 있고, 뒷뜰엔 뭐가 없거든. 텃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창고가 있는 것도 아니야. 일부러 오지 않는 한 그 쪽으론 올 일이 전혀 없어. 그런데도 거기서 날 봤다는 건 굳이 화장실 창문을 훔쳐보려고 왔다는 얘기밖에 더 되나...

여튼 엄마가 그 일이랑 창고에 둔 우리집 집기가 자꾸 없어지는 일까지 포함해서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항의하니까 그럼 방 뺄거냐, 당장 나가면 갈데는 있냐, 이러면서 면박을 주더래. 너네 집 집기는 망한 집 거라 그런지 죄다 후져서 금방 망가져서 버렸다는 폭언은 덤이었고.

엄마는 그 때 우리 집의 유일한 소득자라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화나서 울분이 났다고 했어. 그래서 돈을 미친듯이 벌어서 그 집 탈출함. 탈출한 지 2년 뒤에 그 집 할아버지가 아들이 모는 오토바이에 탔다가 사고가 나서 목이 꺾여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찜찜한 한편 천벌이라는 말이 생각남...

쓰고보니 별로 공포스러운 이야기는 아닌건가 싶기도 하네; 방탈이면 말해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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